2020년 8월에서 10월까지, 3개월의 시간 동안 한국콘텐츠진흥원 ‘뮤즈온 2020 올해의 뮤지션'으로 선정된 스무 팀이 글로벌 숏폼 모바일 비디오 플랫폼인 틱톡과의 협업을 통해 ‘틱톡 뮤직 나이트 (TikTok Music Night)’ 무대로 관객을 찾았습니다. 틱톡 뮤직 나이트는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를 소개하기 위해 틱톡뮤직코리아에서 매달 개최하고 있는 라이브 캠페인으로, 작년에는 ‘틱톡 뮤직 나이트 - 뮤즈온 데이(Muse On Day)’를 통해 9회에 걸쳐 뮤즈온 아티스트의 공연을 라이브로 제공했습니다. 뒤숭숭한 시국 탓에 온라인으로 만날 수 밖에 없었지만 새로운 기회를 통해 새로운 관객을 만날 수 있었던 이들은 입을 모아 2021년의 희망을 말했습니다. ‘뮤즈온 데이’를 통해 대중에 한 발 더 다가간 라쿠나(@bandlacuna_official), 준(@june.gif_), 구만(@9.10000)을 만나봤습니다.


밴드 라쿠나 ‘2021년은 진화와 도전의 한 해로 만들고 싶어요’

지난 9월 소란, 최예근과 함께 뮤즈온데이 라이브에 참여하셨는데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요?

경민: 뮤즈온 아티스트로 선발된 후 뮤즈온데이, 뮤즈온 페스티벌, 뮤콘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덕분에 노들섬에도 처음 서봤는데, 평소보다 크고 연출적인 요소가 다양하게 반영된 무대였어요. 다양한 아티스트 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고, 온라인으로 해외 송출이 되면서 해외 팬들과의 접점을 만들 수 있었던 점도 긍정적이었어요.

밴드로서 요즘 상황을 견디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경민: 아무래도 그렇죠. 대부분 온라인 공연이거나 관객규모를 대폭으로 축소해 진행하고 있어요. 가장 다른 건 역시 현장 분위기이에요. 대면 공연에서는 관객들과 직접적으로 소통 하면서 반응을 주고 받는 에너지가 있는데, 온라인 공연은 댓글로 최대한 소통을 하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힘에 부치네요. 그래도 최근에는 많이 적응했어요. 멤버들과 함께 앞에 관객이 있다는 자기 암시를 하고 무대에 올라가고 있어요. 덕분에 얼마 전 열었던 단독 공연 때는 꽤 괜찮은 피드백을 받았어요.

팬데믹 상황에서 밴드로서 어떻게 극복해나가고 있나요?

민혁: 우선 푹 쉬고 있어요. 자기자신에게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확실히 늘었어요. 최근 미디 다루는 법을 조금씩 연습 하고 있어요. 운동도 하고, 멤버들이랑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것도 좋아요.

호: 맞아요. 18년에서 19년까지는 거의 매주 공연을 했어요. 마라톤 수준이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신인이고 성장과 발전을 해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보니까 무리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어요.

민혁: 얼마 전 멤버들과 함께 북한산을 등반한 이후로 사이가 많이 탄탄해졌어요. 새해 소원도 함께 세웠는데, 이번에는 마라톤을 함께 해보기로 했어요. 일이 없으니까 그렇게라도 같은 목표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틱톡 크리에이터 마티, 다맨과 함께 작업했는데 두 크리에이터와의 작업은 어땠나요?

경민: 틱톡이라는 플랫폼 자체가 익숙하지 않다 보니까 처음에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막막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조금 오글거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크리에이터분들이 워낙 적극적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어 주셔서 좋은 결과물이 나왔어요. 새 앨범 타이틀 곡이었던 ‘춤을 춰요’를 배경 음악으로 사용했는데, 우리 음악 중에서 직접적인 가사가 드러나는 대표적인 곡이라 먼저 제안해봤어요. 물론 타이틀곡이라 밀고 싶은 욕심도 조금 있었어요.

@bandlacuna_official

# 광고 너를 만나기 전후로 달라진 나

♬ 오리지널 사운드 - bandlacuna

최근 밴드 음악이 위기라는 이야기가 자주 들립니다. 라쿠나도 그런 흐름을 의식하고 있나요?

경민: 물론입니다. 실제로 활동하는 입장에서도 언더그라운드 밴드신이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는 체감이 많이 들어요. 특히 홍대 클럽들이 코로나로 인해 줄줄이 문을 닫는 현실이 굉장히 아프게 느껴져요. 하지만 밴드로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고 해요. 100팀이 있을 때 그 중 1팀이 되긴 힘들겠지만, 10팀 중에 1팀 정도는 어떻게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웃음) 물론 음악으로도 자신 있습니다.

2021년에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요?

경민: 원래는 정규앨범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조금 천천히 생각해보기로 했어요. 지금의 특수한 상황에 맞게 할 수 있는 걸 더 찾아보려고 합니다. 아마 여러모로 고민하고 행동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전형적인 록 밴드 음악에 도전해보고 싶기도 하고, 기회가 된다면 풍자가 들어간 페이크 다큐도 한 번 찍어보고 싶어요. 무엇보다 도전하고 진화하는 2021년을 보내고 싶습니다.


싱어송라이터 준(JUNE) ‘듣는 순간 행복해지는 음악을 만드는 게 목표에요’

지난 10월 정진우, 가호와 함께 ‘뮤즈온 데이’ 공연을 진행했습니다. 가호와는 개인적인 친분도 깊은 걸로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경험이었나요?

뮤즈온 아티스트로 선발되면서 4~5회 정도 공연을 했어요. 공연이 목말랐던 입장에서 굉장히 고마운 기회였고, 의외로 재미있어서 더 보람이 있었어요. 특히 함께 뮤즈온으로 선정된 아티스트와 자연스럽게 얼굴을 보고 인사를 하면서 다양한 교류를 할 수 있게 된 점이 큰 소득이었습니다. 정진우, 최예근과는 다음 뮤즈온 공연에서 무대를 함께 꾸며보자는 이야기도 나눴어요.

준은 싱어송라이터인 동시에 방탄소년단 같은 케이팝 아티스트와도 함께 작업하는, 다방면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입니다. 개인적으로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기까지 고민은 없었나요?

전혀 없었어요. 작곡가나 프로듀서로 일할 때는 상대 아티스트에 맞춰 확실히 프로답게 일하지만, 싱어송라이터 준은 아직 보여줄 것이 무궁무진한 완전한 신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중 분들에게 무조건 많이 보여주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어요. 두 개의 자아를 완전히 분리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제가 편해요.

뮤즈온 아티스트로 활동해보니 어떤가요? 해볼 만 한가요?

동료 아티스트들에게 강력추천하고 싶어요. 우선 평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과 만날 수 있고, 그들의 새로운 무대를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또 무엇보다 공연으로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기획이다 보니 공연을 발판으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도 좋았어요. 개인적으로는 뮤즈온 무대를 인연으로 틱톡, 신한카드 루키 프로젝트 같은 곳에도 추천되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었어요.

지난해 발표한 EP [ENDING]이 무척 좋았어요. 레트로하고 밝은 앨범 분위기에 비해서 앨범을 내기까지 슬럼프가 꽤 길었다고 해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앨범을 내기까지 1년 정도 곡을 거의 쓰지 못했어요. 여기서 슬럼프를 끝내자, 제 2막을 오픈 하자는 느낌으로 아예 제목을 [ENDING]으로 지었어요. 슬럼프 기간 동안 해를 많이 보려고 했고, 한 곡 만드는 데 길게는 한달 씩 걸리던 작업 패턴을 우선 쓰고 나중에 수정하는 방식으로 바꾸려고도 노력했어요. 한동안 그렇게 보내고 났더니 기분 좋고 행복하게 느껴지는 곡들이 무겁지 않게 나오더라고요. 그런 느낌을 잘 살려 가볍게 사랑 받았으면 해서 일부러 한여름에 발표를 했는데, 작년 여름에 비가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의도가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워요.

최근 신곡 ‘10cm’를 발표하셨어요. 이 곡으로 틱톡 크리에이터이자 유튜버인 신동호&윤지와 함께 영상 협업은 어땠나요?

사실 이 영상을 만들면서 틱톡을 처음 접해봤어요. 그래서 뭐든지 신기하고 신선하다는 느낌이 강했던 것 같아요. 크리에이터분들과의 미팅에서 촬영까지 모든 게 신세계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영상이나 나 자신을 드러내는데 익숙하지는 않은 사람이지만, ‘10cm’는 틱톡이라는 플랫폼과 잘 어울리는 음악이라고 생각해 즐겁게 작업했어요.

@june.gif_

#광고 준(JUNE)이 노래합니다. 너와 나 사이 설레는 거리, “10cm”

♬ original sound - 준(JUNE)

최근 작업을 하며 가장 심혈을 기울이거나 고민하는 부분이 무엇일까요?

음악에 대한 고민은 거의 버렸어요. 다만 무대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요즘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무대에 대한 감을 잃게 될까 걱정스러워서 합주도 더 자주 하고, 연주하는 친구들과도 계속 교류하며 접점을 만들어 가고 있어요. 더불어 음악을 만들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는데, 첫 음을 듣자마자 ‘아, 좋다!’하는 느낌을 주고 싶어요. 듣자마자 행복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음악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자체적으로 평가하는 준의 2020년은 어땠나요? 2021년의 계획도 함께 알려주세요.

2020년은 나뿐만이 아닌 전세계가 힘든 한 해였지만, 개인적으로는 나름 행복한 일이 많은 일 년이기도 했어요. 코로나 시국 와중에도 공연도 많이 할 수 있었고, 새로운 곡도 많이 발표했어요. 2021년에는 이 행복을 유지하면서 더 많은 일을 하고 싶고, 정규 앨범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가고 싶어요. 확실히 창작하고 활동하기에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아티스트는 이럴 때 일수록 계속 곡을 만들고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아티스트뿐만이 아닌,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가 좀 더 자신을 위해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깨닫고 그대로 살아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은 요즘이에요. 올 한 해는 그렇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구만 ‘구만만의 레트로를 충분히 느끼고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뮤즈온데이’ 일곱 번째 공연에 디어클라우드, 엔플라잉과 함께하셨어요. 팬 층이 탄탄한 팀들인데 긴장되지는 않았나요?

공연장 규모가 정말 컸어요. 버스킹이나 카페 라이브 위주로 활동하다 보니 크기만으로 압도되는 느낌이 있었어요. 또 말씀하신 대로 함께한 분들이 워낙 팬 층이 탄탄한 분들이다 보니 그 분들의 팬을 내 팬으로도 만들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겠다는 욕심도 자연스럽게 들었어요. 그래서 준비과정에 나름 심혈을 기울였죠. 합주를 열심히 한 건 물론이고, 구만이라는 뮤지션이 어떤 음악을 하는지 시각적으로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밴드 멤버들과 함께 동묘에 가서 단체복을 맞추기도 했어요.

멜론 '아티스트는 뭘 듣니'에 추천한 곡에 이문세, 아침, 김현철 이름이 있던데, 옛 가요를 많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유재하의 음악을 처음 접했어요. 이후로 이문세, 김건모, 김현철 음악을 역으로 찾아 들으며 심취했죠. 보통은 여러 음악 서비스의 알고리즘으로 새로운 음악을 찾아 듣는 편이에요.

‘레트로 포크’를 구만의 음악적 정체성으로 삼고 있어요. ‘포크’ 자체가 과거의 장르처럼 인식되다 보니 조금 고민되는 지점이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구만의 ‘레트로 포크’란 무엇인가요?

통기타를 들고 공연을 하다 보니 포크 느낌이 강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고,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여기에 한국 옛 가요나 옛날 팝 음악을 좋아하는 나만의 레트로한 취향을 더해 ‘레트로 포크’라는 말을 만들어 부르게 되었죠.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레트로’ 유행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레트로에 대한 구만만의 지론이 있나요?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고 레트로 음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마침 유행이 시작되더라고요. 시기를 잘 만나서 돋보이는 것도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싱어송라이터 구만으로서는 단순히 옛날 스타일만 따라가는 게 아니라 악기 소스나 사운드를 통해 레트로한 느낌을 잘 살리고 싶다는 목표가 있어요. 요즘은 옛 가요 하면 흔히 연상되는 현악을 가능한 배제하고 롤랜드나 야마하 DX7, 빈티지한 기타 플러그 등으로 옛 사운드를 살려 특유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특히 곡 후반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모든 게 30초 내로 결정되는 속도전의 시대에 좀 안 어울리는 고집이지만, 구만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은 곡의 후반이나 아웃트로, 공간감 같은 것들을 충분히 느끼고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처음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실 아버지가 음악을 하세요. CCM 위주로 활동 중이신데, 전공을 음향 엔지니어로 하셔서 믹싱, 편곡도 많이 하시는 편이에요.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옛날 노래를 많이 듣고 자랐어요. 아버지의 음악은 점점 미래로 가고, 제 음악은 점점 과거로 가요. 아버지가 가끔 제 음악을 들으시면서 ‘왜 내가 젊을 때나 하던 구린 음악을 네가 하냐’는 잔소리를 하시기도 해요. (웃음)

이번에 인터뷰한 아티스트들 가운데 협업에 가장 열려 있는 아티스트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앨범 [Dance Rather Than Love]의 타이틀곡 '너에게로' 뮤직비디오는 나몰라 패밀리와 함께 작업을 하기도 했는데, 다양한 협업에 대해 열려 있는 편인가요?

이것저것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너에게로’ 작업도 단순히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무턱대고 연락을 드렸는데 인연이 닿아 재미있는 작업을 할 수 있었어요. 이외에도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합니다. ‘비긴 어게인’처럼 거리에서 나는 소리를 전부 넣은 라이브 클립을 찍어 보고 싶기도 하고, 레트로 음악을 소개하는 라디오도 진행해보고 싶다. 사실 최근 스푼라디오로 작게 방송을 시작하기도 했어요. 아직은 고정 청취자 10명을 넘지 않는 소규모라 오붓한 분위기로 즐겁게 해보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세 네 번 정도 꾸준히 진행해보려고 해요.

틱톡 크리에이터 유링딩과 기린과의 협업은 어땠나요?

유링딩님의 노련함 덕분에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콘셉트가 장난기 어린 스타일이라 처음엔 적응이 안돼서 좀 고전했는데, 크리에이터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자연스럽게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그 뒤로 틱톡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개인적으로 영상을 몇 개 찍어보기도 했는데, 부끄러워서 아직 비공개로 저장만 해놓고 있어요.

@9.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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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지널 사운드 - 구만

2021년의 계획 알려주세요.

2020년은 좋은 기회들이 많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사라진 기회도 그만큼 많았던 여러모로 너무나 아쉬운 한 해였어요. 올해에는 유튜브도 열심히 하고, 앨범도 자주 낼 생각이에요. 특히 유튜브 채널을 잘 살려보려고 합니다. 음악 콘텐츠 뿐만이 아니라 게임방송이나 클래식 자동차를 사서 드라이브하며 함께 음악을 듣는 콘텐츠 같은 것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재미있는 한 해가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