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공연 무대가 사라졌습니다. 드랙 아티스트 지반 역시 관객을 앞에 두고 펼치는 퍼포먼스 대신 틱톡을 무대로 활동 중입니다. 관객 앞에 다시 서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드랙 문화를 알리고 있는 지반을 만났습니다.

틱톡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코로나19로 인해서 오프라인 공연을 하지 못하고, 인스타그램 계정으로만 근황을 알리기에는 답답함이 있었어요. 드랙 아티스트에게는 현장감이 중요하거든요. 생생한 표정과 움직임을 표현하고, 전달해야 하는데 사진으로는 한계가 있었죠. 그러다가 영상 위주의 플랫폼인 틱톡을 접하고서 드랙 아티스트의 매력을 보여주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어요. 게다가 틱톡은 기존 소셜미디어보다 좀 더 개방적인 알고리즘으로 운영되는 듯해요. 이제껏 드랙 아티스트를 접하지 못했던 분들이 제 계정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는 반응을 접하면서 더 열심히 하게 되었죠.

틱톡 콘텐츠를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드랙 아티스트로서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짧은 시간에 드랙의 매력을 농축적으로 보여주는데 집중해요. 이를 위해 ‘변신’ 콘텐츠가 최적이죠. 제 콘텐츠의 많은 부분이 드랙 메이크업 전, 후를 보여주는 영상이 차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에요.


반응이 가장 뜨거웠던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Olivia’ 노래에 맞춰서 깜짝 변신을 하는 #Olivia 콘텐츠를 올렸을 때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현재까지 3백만 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데, 제 영상 중에 가장 높은 수치예요. 이 영상을 기점으로 팔로워 수가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어요.

메이크업에 시간이 꽤 걸릴 듯해요. 콘텐츠 하나를 만드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궁금해요.

드랙 메이크업에는 평균 2시간 정도 걸려요. 의상 준비 등을 더하면 촬영 준비에 대략 3시간, 촬영에 1~2시간 걸려요. ‘변신’ 콘텐츠의 경우, 메이크업 전 모습도 담아야 하는데, 보통 메이크업 후의 모습을 먼저 촬영한 다음, 변신 전 모습을 찍죠. 가장 오랜 시간 메이크업했던 촬영은 지난해 할로윈 콘텐츠로 준비했던 영화 <유령신부>의 빅터 캐릭터였어요. 메이크업과 촬영 등에 거의 8시간 가까이 걸렸죠.

콘텐츠 아이디어나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요?

드랙 공연을 준비할 때에도 그랬지만, 틱톡 콘텐츠 역시 음악, 특히 가사에서 영감을 많이 얻어요. 멜로디를 듣고, 가사를 음미하면서 분장, 의상, 표정 연기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최근에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영감을 많이 얻어요. 특히 드라마 <펜트하우스>에 꽂혔는데, 감정을 극단적으로 표출하는 장면이 많아서 ‘한 방’을 주는 콘텐츠로 재가공하기에 적당해요.

@gvan981

(지반극장4화)날 이렇게 만든간 아버지에요..🔪김소연 배우님 최고에요 사랑해요..#천서진 #펜트하우스 #drag #korean #드랙지반 #연기

♬ 오리지널 사운드 - Gvan

콜라보해보고 싶은 틱톡 크리에이터가 있나요?

틱톡에는 끼가 많은 분들이 정말 많다보니 콜라보해보고 싶은 분들도 많아요. 그 중에 다양한 표정 연기를 보며 매번 감탄을 하는 미아오(@queenmiao_)님, 메이크업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제이드(@163_9cm_jade)님, 콘텐츠 안에 이야기를 잘 녹여내는 김히저(@hyjeo_sio)님과 함께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계획하고 있거나 꼭 해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을까요?

어느 매체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서 일반인에게 드랙 메이크업을 해주었던 적이 있어요. 메이크업 후에 그 분이 “내 안에 있던 콤플렉스가 사라지고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저 역시 드랙 메이크업을 통해서 그런 자신감을 느끼기 때문에, 팔로워 분들을 대상으로 드랙 메이크업 이벤트를 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하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우울감이 높아지고 있는데, 그런 분들에게 제가 가진 재능으로 위로와 응원을 드리고 싶어요.


틱톡으로 인해 일상이나 삶이 어떻게 바뀌었나요?

드랙 아티스트로서 공연이 전부인 삶을 살았어요.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이 멈추고, 장기화되면서 어쩌면 제가 좋아하는 것을 영원히 못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으로 정말 많이 우울했어요. 그런데 틱톡 덕분에 드랙 아티스트로서 활동을 하게 된 거죠. 무대는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이지만, 덕분에 공간의 한계 없이 다양한 제 공연을 펼칠 수 있게 되었어요. 꾸준하게 틱톡 콘텐츠 만들면서 제 삶도 활기를 되찾았어요. 다시 오프라인 공연을 하게 될 때, 이 모든 것들이 제게 소중한 자산이 되어 빛을 발하게 되겠죠?


틱톡 도전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오그라든다’라는 단어에 위축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오그라든다’라는 단어가 다양한 감정을 앗아가고, 표현의 한계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틱톡에는 다양성이 존재하고, 그런 모습을 응원하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러니 당당하게, ‘드랙’처럼 여러분이 가진 에너지를 표현했으면 좋겠어요.